자격증은 당연히 따라오는 줄 알았다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졸업만 하면 사서 자격증은 자동으로 나오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문헌정보학 전공이면 사서 자격은 덤이지”라는 말을 당연하게 여겼고, 나도 그저 커리큘럼만 착실히 따라가면 큰 준비 없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사서로 실제 채용되기 위해서는 실전 능력과 경험, 그리고 그 자격증이 얼마나 탄탄한 기반에서 나왔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단순히 학과 수업만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서 자격증을 본격적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아 시도했다. 이 글은 그런 과정을 되돌아보며 정리한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리얼 사서 자격증 준비 후기다. ‘그냥 자격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실제로 채용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사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커리큘럼 기반 자격증 준비,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다
문헌정보학과의 커리큘럼은 사서 자격증 취득 요건을 충족하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2급 정사서 자격증은 4년제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발급된다. 자격증 발급 기준은 문헌정보학 전공 필수 과목(정보봉사론, 분류론, 목록학, 정보검색론 등)과 일부 선택 과목을 포함해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냥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수업만 열심히 듣고 시험을 잘 보면 자격증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3학년이 되어 사서 임용시험이나 공공도서관 취업 공고를 찾아보면서, 단순히 자격증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자격증을 가진 전공자들이 전국에 수천 명씩 배출되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비전공자들도 시험을 통해 2급 자격을 취득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과 수업을 넘어서 과목별 내용을 깊이 있게 학습하기로 했다. 단순히 교수님 강의만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따로 ‘사서 시험 대비 문제집’이나 요약 정리 노트를 만들어 핵심 개념을 다시 복습했다.
특히 분류론은 실제로 분류표를 적용해 책을 분류하는 실습을 하면서 오류를 수정해야 했고, 목록학은 MARC 포맷을 직접 작성해 보면서 메타데이터 구성에 익숙해져야 했다. 수업을 ‘이수’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실습과 경험의 중요성! 자격증은 시작일 뿐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나는 3학년 2학기부터 도서관 실습과 현장 경험을 의도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필수로 정해진 실습 기간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형태로 실습을 추가로 진행했다. 이 경험은 단순히 ‘경력 쌓기’ 차원이 아니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무 역량 강화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실습 중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론과 현장의 괴리였다. 목록학 수업에서 배운 MARC 포맷이나 서지 기술은 실제 도서관 업무에서 OPAC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며, 예상보다 훨씬 자동화되어 있었지만, 오류를 수정하거나 신규 자료를 수기로 등록해야 하는 경우 여전히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즉,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시스템 사용법을 자동으로 익히는 게 아니었고, 내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익혀야만 하는 기술이 많았다.
또한 실습을 하면서 책 큐레이션, 독서프로그램 보조, 이용자 안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서라는 직업이 단순한 도서 정리자가 아니라, 정보 전달자이자 문화 프로그램 기획자 역할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건 자격증이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격증 준비의 하나로 실습 경험을 꼭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서 자격증, 그 이후! 취업 경쟁력까지 연결하기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자격증은 시작점일 뿐이다. 내가 실감한 현실은 ‘자격증 소지’가 취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자료실, 대학도서관 등 실제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자격증 외에도 도서관 실무 경력, 독서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험, 자료 분류 능력, 이용자 응대 능력, 정보기술 활용 역량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자격증을 보완할 수 있는 활동들을 병행하기로 했다. 첫째는 독서지도사 자격증 취득, 둘째는 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의 기획 및 참여, 셋째는 나만의 독서 콘텐츠 블로그 운영이었다.
특히 블로그 운영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정보 큐레이터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책 소개, 주제별 도서 목록 작성, 독서지도 팁 등을 콘텐츠로 만들며, 나는 내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공공기관 사서직 채용 면접에서 “블로그를 보았다. 독서문화 콘텐츠를 참신하게 구성했더라”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이것이 단순한 ‘자격증 소지자’에서 ‘정보서비스 설계자’로 나를 차별화해 주는 요소가 되었음을 느꼈다.
요즘은 단순히 자격증을 가진 사서보다, 정보를 기획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서, 콘텐츠를 설계할 수 있는 사서, 문화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사서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자격증은 기본,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사서 자격증은 ‘시작점’이지 ‘완성점’이 아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에게 사서 자격증은 마치 ‘기본 장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장비만으로 실전에 나설 수는 없다.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사서 자격증은 ‘기회’를 얻기 위한 열쇠일 뿐, 그것만으로는 문을 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단순히 이수 과목 채우기로 끝내지 않고, 실습과 활동, 콘텐츠 기획, 포트폴리오 작성까지 연결했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자격 있는 사서’가 아닌 ‘준비된 사서’로 만들어 주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분명 자격증 취득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자격증은 여러분의 출발점이다. 중요한 건 그 이후의 경험과 태도, 그리고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수 있느냐다.
앞으로 사서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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