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넘치지만, 활용할 줄 아는 청소년은 적다
요즘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검색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정작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며, 자신만의 지식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검색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활용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정보활용능력이란, 주어진 과제나 문제 상황 속에서 정보를 찾고, 비교하고, 정확도를 검토한 후,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일련의 인지적 활동을 말한다. 이는 문헌정보학에서 오랜 시간 연구돼 온 핵심 개념이며, 교육적 측면에서도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 역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면서 정보의 구조, 분류, 색인, 탐색 방식뿐 아니라, 정보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정보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심도 깊게 학습했다. 그리고 학교도서관 실습과 청소년 독서캠프에서의 교육 경험을 통해, 문헌정보학 기반의 정보활용 교육이 실제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청소년 정보활용의 현실! 잘 찾지만, 잘못 쓰고 있다
많은 학생이 검색은 잘한다. 하지만 그 검색 결과를 어떻게 선별하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판단하며, 그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가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학교도서관 실습 중 관찰한 중학생 A군은 “세계 1차 대전 원인”에 대해 리포트를 쓰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에서 첫 번째로 나온 글을 그대로 복사했다. 그 블로그는 역사적 검토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비공식 글이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청소년 정보 활용의 현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출처 구분 없이 무작정 긁어오기
- 정보의 신뢰도, 작성 연도, 맥락 등을 따지지 않고 ‘복사→붙여넣기’ 중심
- 위키백과, 블로그, SNS 콘텐츠에 비판 없이 의존
- 주제에 맞는 정보를 재조합하거나 요약하는 역량 부족
문헌정보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의 결핍’이라고 본다. 그리고 정보 리터러시는 단순히 정보 검색 기술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정보를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는 인지적, 평가적 능력을 포함한다.
문헌정보학적 정보활용 교육의 핵심! 정보의 구조를 가르쳐라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내가 실습과 교육 활동 중 시도했던 방법은, ‘정보의 구조’를 먼저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청소년은 ‘정보의 양’에 압도당하기 쉽기 때문에, 먼저 정보가 어떻게 분류되고, 저장되고, 색인 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수업 전략을 활용했다.
- 정보의 출처 분류법: 공식자료(논문, 정부자료) / 준공식자료(뉴스, 백과사전) / 비공식자료(블로그, 커뮤니티)의 구분 교육
- 정보 신뢰도 평가 기준: 작성자, 작성 시점, 인용 여부, 기관 신뢰도 체크리스트 제공
- 검색 키워드 설계 연습: ‘광범위 → 구체 → 질문화’ 단계별 키워드 조합 훈련
- 주제망 구성 훈련: 정보 간의 관계를 도식화하여 시각적으로 재구성
또한 내가 기획한 수업 중 하나는 ‘가짜 뉴스 판별하기’ 활동이었다. 이 수업은 실제 뉴스 기사와 유사한 허위 정보를 제공한 뒤, 학생들에게 검색을 통해 출처를 추적하고 진위를 판단하도록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료의 신뢰도를 점검하면서, ‘정보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다.
이런 접근은 전통적인 독서교육이나 리포트 작성 지도와는 다른 방식이며, 문헌정보학에서 강조하는 정보설계, 색인 구조, 분류 시스템의 사고방식을 교육에 접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업을 함께 진행한 교사와 사서들도 문헌정보학 기반 교육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기존의 독서 수업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감상문을 쓰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보활용 중심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고, 질문을 만들어가며, 주도적으로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사서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정보를 찾고 해석하는 ‘탐험 공간’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헌정보학적 접근은 단순히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넘어,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 자체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수업 적용 사례, 청소년이 바뀌는 순간
한 중학교에서 문헌정보학 기반 정보활용 수업을 정규 독서교육과 연계해 4주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굳이 배우나?’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수업 3주 차부터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였다.
- 학생들이 과제 주제에 대해 스스로 키워드를 나누고, 적절한 자료 유형을 고르는 능력이 향상되었다.
- 과제에 인용된 자료의 출처가 다양해지고, 공신력 있는 사이트 활용 비율이 증가했다.
- 질문이 생겼을 때, 단순히 ‘검색 결과 1번’을 보는 대신, 내용 요약·날짜·출처 등을 비교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학생은, 자신이 찾은 자료가 신뢰할 수 없는 블로그라는 걸 스스로 판단하고 “이건 인용하면 안 되겠어요. 국립중앙도서관에 들어가 다시 검색해 볼게요”라고 말했을 때였다. 그 순간, 문헌정보학 기반 정보활용 교육이 단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정보를 읽는 ‘사고의 틀’을 심어주는 일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정보는 힘이지만, 해석할 줄 알아야 진짜 무기다
오늘날 청소년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검색 기술이 아니라, 정보의 구조를 이해하고, 출처를 평가하며, 목적에 맞는 자료를 스스로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교육과 설계가 필요하고, 문헌정보학이 그 교육을 이끌 수 있다.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저장과 분류를 넘어, 정보를 다루는 사람을 이해하고, 정보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설계하는 학문이다. 청소년 정보활용 교육은 정보 구조와 사용자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전공자의 영역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정보를 ‘읽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힘’을 키워주는 정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정보는 넘쳐나는 시대. 중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잘 활용된 정보’다. 그 시작은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 설계는 청소년에게 ‘정보를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꿔주는 교육이 된다.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사고의 틀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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