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문헌정보학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험, 독서교육은 이렇게 설계한다

memo03300 2025. 7. 24. 12:31

독서교육, ‘책을 읽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독서교육을 단순히 책을 읽히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독서교육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정보 설계의 영역이다. 특히 청소년이나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기반 독서교육은 정보 접근력, 사고력, 주제 연결력, 표현력까지 통합적으로 길러주는 교육 콘텐츠로 기능해야 한다.

나는 문헌정보학과에서 배운 이론과 실습을 토대로 중고등학생 대상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독서를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독서 이후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사유하게 할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문헌정보학의 전공 지식이 진가를 발휘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운영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의 설계 과정, 문헌정보학적 기반, 이용자의 반응, 교육자로서의 성찰을 중심으로, 전공자가 기획한 독서교육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문헌정보학 기반 독서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험

 

프로그램 설계!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독서 ‘구조’를 설계한다

문헌정보학에서는 단순히 책을 분류하고 색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의 구조, 사용자와 정보 간의 관계, 정보 조직 방식에 따라 이용자의 인지적 접근성과 이해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학문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그대로 활용된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설계되었다.

  • 1주차: 정보 요구 파악 및 주제 설정
    참여자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찾는 워크숍 진행
  • 2주차: 선택 도서 독서 및 자료 조사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원을 비교해 보며, 책과 정보 사이의 연결 구조를 학습
  • 3주차: 주제 연계 발표 및 토론
    각자 선택한 도서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를 확장해 다른 참가자와 토론
  • 4주차: 정보 재구성 워크숍
    책의 내용을 인포그래픽, 브로슈어, 뉴스 기사 형식 등으로 재구성하여 발표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독서 지도가 아닌, 정보 조직 → 정보 분석 → 정보 표현 → 정보 공유의 전 과정을 포함한 교육 콘텐츠였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이 흐름은 정보 탐색 수업에서 배운 구조적 접근을 바탕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특히 책 선택 단계에서 DDC(듀이십진분류법)와 KDC(한국십진분류법)를 활용해 참가자 스스로 주제 도서를 찾도록 안내한 부분은 단순한 독서보다 정보 탐색력과 분류 체계에 대한 이해도까지 확장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운영 중 느낀 전공자의 강점! 정보 흐름을 통째로 설계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단순 교육자가 아니라 ‘정보 환경 디자이너’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독서교육에서는 책 제목, 활동지, 감상문 작성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정보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단계별로 학습자의 정보 처리 행동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 조사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단순히 구글에서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출처 유형을 나눠 비교표를 작성하게 했고, 뉴스·정부문서·학술기사·블로그를 분류해 보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정보의 신뢰도’라는 개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정보 재구성 활동에서는 각자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인포그래픽을 만들거나, 타인에게 설명하는 뉴스 앵커 역할을 부여했다. 이는 단순히 책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고차적 사고 활동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 모든 구성은 문헌정보학에서 배운 ‘정보 구조화’, ‘정보요구 분석’, ‘색인 설계’ 등과 맞닿아 있었다.

현장에서 교사나 사서들은 이 프로그램의 설계 방식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했다. 정보 조직 이론이 실제 교육 콘텐츠 설계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문헌정보학 전공자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였다.

문헌정보학의 사고방식은 ‘정보를 사용자 중심으로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시각은 교육 내용뿐 아니라, 학생의 활동 동선, 학습 인터페이스, 시간 배분까지 전 과정을 세밀하게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학생의 정보 탐색 단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혼란’이나 ‘중복 검색’ 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해결 전략을 넣을 수 있었고, 이는 학습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교육 효과와 피드백! 이용자와 기관 모두의 만족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은 단지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보를 다루는 전체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중학생 참가자 중 다수는 “이제 책을 읽을 때도 내용을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보게 된다”고 피드백했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던 학습자들이 점차 정보의 흐름을 스스로 설계하고 판단하는 주체로 변화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의뢰한 공공도서관 측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향후 문헌정보학 전공자 중심의 교육 콘텐츠 개발을 정기화하고 싶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기관 측의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기존 독서 프로그램은 도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정보를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그 정보는 결국 책보다 넓은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었습니다.”

이는 문헌정보학 기반 독서교육이 책을 읽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보 탐색자로서의 성장’을 유도했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학습자가 주제 도서를 선택한 후 관련 이슈를 조사하고, 다양한 정보 출처를 탐색해 주제망을 스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고차적 사고 흐름이 포착되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일부 학생은 개인 블로그나 뉴스레터를 통해 읽은 책을 정보 중심으로 재해석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독서교육을 넘어, 자기 주도적 정보 활용 능력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독서교육, 정보 설계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독서교육은 다르다. 그것은 단지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고 구조화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전 과정의 사고 설계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단지 내용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는 프레임,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사고를 표현하는 전략을 함께 교육할 수 있다.

독서교육은 문헌정보학이 실무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접점이다. 이 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단순한 독서지도사가 아니라, 정보 구조를 이해하고 교육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다.

정보는 결국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을 만들 수 있는 독서교육, 그 교육은 문헌정보학으로부터 시작된다.

문헌정보학은 더 이상 도서관 안에서만 머무는 학문이 아니다. 정보가 곧 교육이고, 교육이 곧 영향력인 시대에, 문헌정보학적 교육 설계는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 창출의 통로가 된다. 독서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공자야말로 정보 생태계의 해석자이자, 지식 흐름의 연결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