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문헌정보학 기반 추천 도서 서비스가 실제 대출에 미치는 영향

memo03300 2025. 7. 22. 14:16

추천이 곧 대출로 이어질까?

도서관에서 추천 도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눈에 띄게 진열된 책 한 권이, 이용자의 탐색을 시작하게 만들고, 때로는 독서 경험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추천’은 정보 탐색의 출발점이자, 실제 대출 행동을 유도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기능한다.

하지만 추천 도서는 그저 인기 있는 책을 모아 두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문헌정보학의 관점에서는, 추천은 곧 정보 큐레이션이며, 정보 요구를 반영한 설계이자, 이용자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정보 서비스다. 따라서 어떤 책을, 누구에게, 어떻게 추천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는 전문적인 정보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참여한 도서관 추천 도서 큐레이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문헌정보학적 설계 방식이 실제 대출 데이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단순한 인기 리스트와 정보기반 추천의 차이, 이용자 반응의 변화, 그리고 실질적인 서비스 효과를 정리하여 추천 도서 서비스의 전략적 가치를 설명한다.

 

문헌정보학 기반 추천 도서 서비스

 

추천 도서 서비스의 핵심은 '선정 기준'과 '구성 방식'

문헌정보학에서는 정보 큐레이션과 추천 서비스를 설계할 때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1. 이용자 정보 요구 분석
  2. 주제 분류 및 색인 설계
  3. 자료의 맥락적 연계 및 시각적 구성

우리가 실습에서 기획한 추천 도서 코너는 단순히 “많이 대출된 책 TOP 10”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헌정보학 수업에서 배운 정보 요구 유형(예: 과업 중심, 탐색 중심, 확신 부족 상태 등)에 따라 큐레이션의 방향과 자료 구성을 달리 설계했다.

 

예시 1. ‘리포트 주제 잡기’ 추천 코너

  • 목적: 과제를 앞두고 주제 아이디어가 막막한 학생들 대상
  • 구성: 사회, 환경, 과학, 정치 분야의 이슈 중심 교양서
  • 특징: DDC 코드 기준 300~600번대 도서 비율 확대

예시 2. ‘이번 학기 전공 생존 도서’ 큐레이션

  • 목적: 비전공자 대상 전공 이해서 제공
  • 구성: 기초 개론서 + 쉽고 흥미로운 서사 포함한 도서
  • 특징: 색인 키워드에 ‘쉬운 설명’, ‘개론’, ‘만화’ 등 포함

큐레이션은 단순히 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구조 설계의 연장선이다. 우리는 각 추천 코너마다 색인어, DDC 분류, 표지 색상, 진열 높이, 제목 글씨체까지 설계 요소로 고려했다.

 

실제 대출 데이터 분석! 추천 도서가 행동에 미치는 효과

추천 코너 운영 전후 4주간의 대출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은 도서관의 RFID 대출 로그와 이용자 식별이 불가능한 익명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주요 결과

  • 추천 코너에 포함된 도서의 대출 증가율: 73% 상승
  • 추천 코너 진열 후 관련 주제군 전체 대출 상승률: 28% 상승
  • 큐레이션 주제에 맞춘 정보 리터러시 프로그램 참석률: 41% 증가
  • 이용자 설문 응답 중 “도서관 방문 이유 중 ‘추천 도서 진열’ 때문” 응답자 비율: 약 35%

이 결과는 단지 눈에 띄는 자리에 책을 놨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헌정보학적 설계 방식으로 정보 요구를 분석하고, 이용자 동선을 고려하고, 검색과 대출 사이의 장벽을 줄였기 때문에 실제 행동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특히 ‘DDC 분류와 진열 순서의 일치성’을 높인 것이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기존엔 주제별 도서가 랜덤하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추천 코너에서는 ‘인문-사회-자연’ 순으로 배열하고, 색인어 기반 요약 태그를 책마다 부착해 이용자의 주제 파악 시간을 줄였다.

 

이용자 반응과 사서 피드백, 정량 + 정성 데이터로 본 평가

추천 도서 서비스는 대출 수치 외에도 이용자 만족도와 인식 변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프로젝트 후 실시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추천 도서 코너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4.5/5.0
  • “추천 도서가 도움이 되었다” 항목 긍정 응답: 92%
  • “관심 없던 주제에 눈이 갔다” 응답: 61%
  • “진열 방식이 직관적이었다” 응답: 88%

또한 도서관 내부 사서들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들었다.

“이전에는 ‘책이 안 나간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방식을 다르게 설계해 줘야 한다는 걸 실감했어요.”
“색인 키워드나 주제 간 연결 같은 문헌정보학적 요소가 이렇게 중요한지 처음 알았어요.”

이러한 반응은 추천 도서 서비스가 단순 운영을 넘어, 도서관의 전략적 정보서비스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지점은, 사서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대출이 저조한 도서를 교체한다’, ‘신간을 자동으로 진열한다’는 단순한 절차가 반복되었지만, 우리가 문헌정보학 관점에서 정보 요구 분석 기반 추천 기획서를 공유한 이후에는 사서 스스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천 전략을 재설계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서들이 직접 색인 키워드를 태깅하거나, 이용자 유형에 따른 큐레이션 목록을 관리하는 등 ‘정보 설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흐름으로 바뀌었고, 이는 도서관 전반의 서비스 질을 끌어올리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추천은 감이 아니라, 정보 설계다

문헌정보학 기반 추천 도서 서비스는, 단지 많이 읽힌 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요구와 탐색 방식, 대출 흐름, 주제 분류 체계, 색인 설계 원리까지 고려한 정보서비스의 완성형이다. 그리고 이 서비스가 실제 이용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추천 도서는 ‘사서의 감’이 아니라 ‘정보 설계자’의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

정보는 많지만, 이용자는 여전히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를 어려워한다. 그 첫걸음을 설계해 주는 추천 서비스는, 결국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데이터 해석력, 정보 구조화 역량, 사용자 중심 사고를 종합적으로 발휘하는 영역이다.

‘추천은 사소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도서관 정보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은 문헌정보학이 설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