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학교도서관 vs 공공도서관, 문헌정보학 입장에서 본 이용자 차이

memo03300 2025. 7. 21. 08:50

같은 ‘도서관’이라도, 이용자는 완전히 다르다

도서관은 단일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용자 유형과 정보 요구에 따라 매우 다양한 구조와 전략이 필요한 복합적 정보기관이다. 그중에서도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그 운영 목적과 이용자 구성, 정보 서비스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는 모두 ‘책을 빌리고 열람하는 공간’처럼 보이기에, 이러한 차이가 명확히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문헌정보학에서는 정보 이용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자료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다룬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은 단지 공간과 서비스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정보 조직, 색인 전략, 정보 리터러시 교육 방식, 커뮤니케이션 구조까지 전반적인 정보 설계 체계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매우 유익하다.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두 도서관의 이용자 유형과 정보 요구의 차이, 서비스 설계 전략, 실무에서 체감한 운영 방식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전공자로서 어떤 식으로 두 환경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문헌정보학에서 본 이용자 차이

 

이용자의 정체성 차이, '정보의 목적'이 다르다

문헌정보학에서는 이용자를 분석할 때 단지 나이, 소속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보를 찾는 이유, 맥락, 시간적 제약, 정보 해석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용자가 정보를 찾는 ‘목적’과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1. 학교도서관 이용자의 특징

  • 대부분 청소년 또는 아동으로, 정보 탐색 능력이 제한적이다.
  • 교과 중심의 목적이 강하며, 과제·리포트·독후감 등의 명확한 과업이 있다.
  • 이용자 스스로 자료를 탐색하기보다 교사의 지시나 사서의 안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자료 선택에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문헌정보학적 색인·분류보다 ‘이용자의 인지부담을 낮추는 정보 구조 설계’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제 구분보다 학년별 추천도서, 과제 주제별 진열, 시각화 큐레이션 코너 등 인지적 접근성을 높이는 설계가 핵심이다.

2. 공공도서관 이용자의 특징

  • 연령대와 정보 수준이 다양하며, 정보 목적이 개인화되어 있다.
  • 취업 준비, 육아, 건강, 취미, 자격증, 문해력 향상 등 삶의 필요 기반 정보 접근이 많다.
  • 일부 이용자는 고도의 정보 탐색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반대로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층도 존재한다.
  • 정보 탐색 도구(검색창, 서가 구조, 색인 체계 등)에 대한 피드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공공도서관에서는 이용자의 정보 요구에 맞춰 주제 분류 체계, 검색 UI, 추천 알고리즘 설계가 더 중요하다. 정보 조직 시스템이 정확할수록, 이용자의 만족도는 빠르게 높아진다.

 

서비스 설계 방식의 차이, 정보 흐름의 구조가 다르다

문헌정보학에서는 서비스 구조를 단순히 ‘어떤 자료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용자 요구에서 정보 전달까지의 흐름 전체로 바라본다. 이 점에서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매우 다른 정보 흐름을 갖는다.

1. 학교도서관: 폐쇄형 정보 흐름

  • 교사 → 과제 지시 → 학생 → 사서 → 도서 → 독후감
  • 이 구조는 정보가 미리 지정되고, 학생은 그 정보를 수행 차원에서 활용하는 폐쇄형 흐름이다.
  • 따라서 자율적 탐색, 비판적 검토, 비교 기반 선택 같은 정보행동은 제한적이다.
  •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탐색 툴 개선보다 정보 리터러시 교육 콘텐츠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2. 공공도서관: 개방형 정보 흐름

  • 이용자 → 정보 필요 인식 → 검색/질문 → 자율 탐색 → 선택 → 행동
  • 정보의 흐름이 다양한 방향으로 갈라지며, 도서관은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 이 과정에서 검색 시스템, 색인 구조, 분류 코드의 직관성이 이용자 경험을 좌우한다.
  •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정보 조직의 체계화와 서비스 커스터마이징에 핵심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체감한 실습 경험이 있었다.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실습할 때는 ‘학년별 추천도서 리플렛’, ‘독서 포트폴리오 연계 표지’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반면, 공공도서관 실습에서는 검색 키워드 색인 수정, 서가 배치 시 주제어 재정렬, 고령자 맞춤 UI 시연정보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을 더 많이 수행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역할! 정보 설계자는 환경에 맞게 변화한다

문헌정보학은 ‘정보’ 자체보다 ‘정보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이용자 특성이 다르고, 따라서 정보 설계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공자는 환경에 따라 그 역할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는 전공자가 교육자에 가깝다. 정보 탐색을 가르치고, 탐색 경험을 설계하며, 정보에 접근하는 사고력을 길러준다. 반면 공공도서관에서는 전공자가 정보 전략가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정보 흐름을 분석하고, 정보 선택 환경 자체를 설계한다.

이처럼 도서관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도, 전공자의 역할과 책임은 정보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게 된다. 이 유연성이 바로 문헌정보학 전공자만의 장점이다.

 

문헌정보학은 이용자 중심 정보설계의 기준이다

문헌정보학은 ‘정보를 정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고의 틀이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공간의 외형은 비슷하지만, 이용자도 다르고, 정보 흐름도 다르고, 정보 요구도 다르다. 그리고 그 구조를 해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전문성이다.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단순히 책의 집합이 아니라, 이용자와 정보가 만나고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본다. 그리고 플랫폼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학교든 공공이든, 이용자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보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문헌정보학 전공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