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기록관리학과 문헌정보학의 차이점과 융합 가능성

memo03300 2025. 7. 25. 13:40

닮은 듯 다른 두 학문, 실무에서 점점 가까워진다

기록관리학과 문헌정보학은 모두 정보를 다루는 학문이다. 문헌, 기록물,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 자원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제공하는 기능을 맡는다는 점에서, 두 전공은 매우 닮아 보인다. 하지만 학문적 기원과 핵심 목적, 실무에서의 적용 방식은 생각보다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접근한다면, 전공 선택이나 진로 설정에서 혼란을 겪기 쉽다.

문헌정보학은 도서관학에서 출발해 지식 정보의 조직과 제공, 이용자 중심의 정보 서비스를 목표로 발전해 온 학문이다. 반면 기록관리학은 조직의 행정 기록,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실무 중심의 분야다. 언뜻 보기엔 정보 자원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정보의 목적성과 대상, 활용 방식이 뚜렷이 다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두 학문이 다루는 대상이 디지털로 수렴되면서 서로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디지털 정보환경에서 지식 자원과 기록물의 구분이 흐려지고, 두 분야의 전문성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학의 주요 차이점, 실무에서 만난 실제 사례, 그리고 앞으로의 융합 가능성을 전공자의 시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학의 차이와 융합 가능성

 

정보의 목적이 다르다! ‘서비스’ vs ‘보존’

두 학문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정보를 다루는 목적이다. 문헌정보학은 이용자의 정보 접근성과 탐색 만족도를 중시한다. 반면 기록관리학은 정보의 원본성, 무결성, 증거성을 보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문헌정보학에서는 특정 도서나 학술자료를 빠르게 찾고 연결할 수 있도록 메타데이터를 재가공하거나 요약하는 작업이 흔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키워드로 손쉽게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색인어를 부여하고, 주제 분류 체계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여기서 정보는 ‘이용’을 위한 자원이다.

반면 기록관리학에서는 정보의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기록은 법적·행정적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메타데이터 조작이나 정보 재가공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기록은 ‘활용’보다는 보존과 증거를 위한 정보 자원이다.

이러한 차이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나 전자문서 시스템 설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문헌정보학은 접근성과 큐레이션, 기록관리학은 보안성과 추적성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같은 ‘디지털 정보’를 다룬다 하더라도, 설계자 관점에서의 우선순위와 접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무의 현장, 분리된 영역 같지만 겹치는 접점이 많다

내가 참여했던 도서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학 두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예를 들어, 과거 지역 언론사에서 기증한 1990년대 기사 원고 스캔본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서, 나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자료 분류와 색인 시스템 설계를 맡았고, 기록관리학 전공자는 기록의 원본성 유지, 접근권한 설계, 행정적 맥락에 맞는 보존 처리를 담당했다.

이때 실감한 점은, 두 분야가 나누는 기준이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것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자료를 두고도 나는 ‘이걸 어떻게 더 쉽게 찾게 만들까’를 고민했고, 기록관리학 동료는 ‘이걸 어떻게 변조 없이 남기고, 어떤 권한으로 제한할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이 접점이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협업의 기회가 되었다. 문헌정보학적 구조화 작업은 기록의 활용도를 높였고, 기록관리학적 검토는 정보의 책임성과 정확성을 담보했다. 결국 디지털 아카이브는 정보 서비스와 기록 보존의 균형점을 갖춘 구조로 완성되었고, 두 전공의 융합이 얼마나 실무적으로 중요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두 분야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지점이 많고,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공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되, 상호 영역에 대한 이해와 대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로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의 융합, 전공 간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보는 처음부터 디지털로 생성된다. 전자문서, 온라인 콘텐츠, 디지털 보고서, 메타데이터 기반 출판 시스템 등은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학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기록물 관리와 정보서비스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내가 실습했던 한 대학 도서관에서는, 학생 논문 저장소를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두 전공의 기능이 겹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논문의 주제 분류, 키워드 색인, 검색 시스템 구축을 담당했고, 기록관리학 담당자는 논문의 승인 절차, 버전 관리, 삭제 금지 조건, 접근 권한 설정을 맡았다. 결국 시스템은 ‘지식 자산 아카이브’이자 ‘공적 기록물 보존소’ 역할을 동시에 해야 했고, 그 안에서 두 전공의 융합 역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기록관리 시스템, 웹 아카이빙, 메타데이터 통합 관리와 같은 최신 트렌드는 기술적 전문성과 정보 설계 능력을 모두 요구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메타데이터 구조와 색인 전략에 강하다면, 기록관리학 전공자는 문서 수명주기 관리와 법적 맥락에 강점을 가진다. 두 영역은 서로를 보완하며, 미래 정보 환경에서 하나의 통합된 역량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두 전공의 융합은 실무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학은 출발점과 철학이 다르지만, 정보를 구조화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목적에서는 분명한 공통점을 지닌다.
문헌정보학은 이용자 중심의 정보 설계를, 기록관리학은 조직 중심의 정보 보존을 담당한다. 이 둘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이며, 특히 디지털 기반 업무 환경에서는 ‘정보를 어떻게 보존하면서 동시에 활용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함께 답해야 한다.

앞으로의 정보 전문가는 단일 전공자가 아니라, 복합적 시각을 갖춘 정보 설계자로 성장해야 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면 기록관리의 철학과 제도적 요구를 이해하고, 기록관리 전공자라면 정보서비스의 사용자 경험과 메타데이터 전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두 전공은 각자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더 큰 정보 생태계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융합의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보 전문가로 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