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자료보다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도서관을 단지 ‘자료 중심 공간’으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도서관은 이용자 중심의 정보서비스 기관이며, 이용자의 정보 요구와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자료 구축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헌정보학이 가진 이용자 분석 이론, 정보 행동 모델, 데이터 기반 정보서비스 기획 능력이 실무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나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대학 도서관과 협업하여 이용자 분석 중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의 목표는 단순히 ‘대출 통계를 뽑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탐색 흐름, 자료 접근 행동, 서비스 만족도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서관 정책 개선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실행, 분석 결과, 개선안 도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유하며,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실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접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문헌정보학 기반 프로젝트 설계! 무엇을, 왜 분석할 것인가?
이 프로젝트는 2학기 동안 진행된 학과 캡스톤 프로젝트였다. 참여 대상은 대학도서관의 실이용자였고, 우리는 양적 분석(이용 로그 데이터 분석) + 질적 분석(설문 및 인터뷰)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프로젝트 초기에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이용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이용자 분석의 핵심 변수로 설정할 것인가?”였다. 문헌정보학 수업에서 배운 Wilson, Kuhlthau, Ellis 등의 정보 행동 모델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분석 범위를 설정했다.
-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유’와 ‘정보 접근 목적’
- 주제 선호도(주로 열람하는 도서 주제 분포)
- 정보 탐색 방식 (검색, 브라우징, 추천 서비스 사용 등)
-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인식 (시설/자료/디지털 자원 만족도)
또한 대학도서관이 제공하는 전자자료 접근 로그, 도서 대출 이력, 검색 키워드 데이터 등 총 3년 치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자료로 확보했다. 여기서 문헌정보학 전공자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은,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행위의 맥락에서 분석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분석 실행, 데이터에서 사람을 읽는 과정
양적 분석에서는 Python과 Excel을 활용하여 로그 데이터를 정제하고, 이용자 행동 패턴을 분류했다. 특히 도서관의 검색 로그는 매우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줬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검색창에 구체적인 책 제목보다 ‘주제 키워드’를 입력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검색 결과 상위 3개 항목 이외에는 거의 클릭하지 않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검색 알고리즘보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더 필요한 환경임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또한 대출 이력과 전공 학과 데이터를 매칭해 분석한 결과, 공학 계열 학생들은 전공 도서에 대한 대출 빈도가 낮고, 오히려 ‘자기 계발서’와 ‘교양 도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는 도서관이 갖고 있는 ‘전공별 서가 배치’의 효율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낳았다.
질적 분석에서는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문제 상황에서 도서관을 찾게 되는지, 디지털 자원 접근 시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정보 탐색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만족 요소는 무엇인지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원하는 자료를 찾기 어렵다”, “검색 결과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는 색인과 분류의 전략이 더 정교하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분석 결과로 도출한 개선안! 문헌정보학의 실무적 확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도서관 서비스 개선안을 제안했다.
1) 주제 기반 서가 재구성 + 추천 큐레이션
이용자들이 찾는 키워드와 실제 대출된 자료 간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주제별 큐레이션 코너를 도입하고, 매달 인기 주제를 중심으로 자료를 재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예: ‘취업 정보존’, ‘AI 트렌드 북 셀렉션’, ‘인기 논문 따라잡기’ 등.
2) 검색 피로도를 낮추는 ‘주제 필터’ 기능 도입
검색 결과가 너무 많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주제 필터’ 기능을 검색 시스템에 추가하고, 검색 결과 상단에 주제어 기반 요약 태그를 노출하는 UI 설계를 제안했다. 이는 문헌정보학에서 배운 주제 색인 설계와 사용자 중심 분류 방식이 실제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였다.
3) 전공별 정보 리터러시 교육 확대
특정 전공 학생들의 정보 접근률이 낮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어떻게 검색할지 모른다’는 문제가 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헌정보학 기반 정보 리터러시 워크숍을 기획했다. 특히 검색 전략, 논문 접근법, 전자자료 활용법 등을 소개해 학과별로 커스터마이징한 교육이 제공되도록 제안했다.
이러한 개선안은 단순히 데이터 기반 제안이 아닌, 이용자의 정보 요구와 행동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질적 서비스로 연결하는 문헌정보학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용자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헌정보학 전공자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을 이야기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사람을 읽어낼 수 있는 사고체계를 가진 전공은 드물다. 문헌정보학은 수치나 키워드가 아니라, 정보 흐름의 맥락, 이용자의 심리적 여정, 정보 구조의 의미를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도서관 이용자 분석은 단순 통계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왜 정보를 찾고, 어떻게 탐색하며, 어떤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만족하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정보 환경을 설계하고, 이용자의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정보 설계자가 바로 문헌정보학 전공자다.
정보는 기술이 다루지만, 정보의 맥락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 맥락을 설계할 수 있는 전공, 바로 문헌정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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