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문헌정보학과 인턴십 후기! 도서관 전산 시스템 관리부터 메타데이터까지

memo03300 2025. 7. 12. 00:05

전공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도서관 전산 업무의 세계

문헌정보학과에 재학 중일 때만 해도 나는 도서관에서의 업무는 ‘책 정리’와 ‘대출/반납’ 정도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전공 수업에서 분류론, 목록학, 정보검색론 같은 이론들을 배우며 도서관 업무가 훨씬 복합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실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3학년 겨울방학에 학교 추천으로 지역 공공도서관에서의 인턴십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내가 배운 것들이 실무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턴십 중 배정받은 부서가 전산자료실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서 정리 업무보다는 도서관 시스템 관리, 메타데이터 수정, 검색 로그 분석, 전자자료 연계 시스템 점검 같은 기술 기반 업무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내가 도서관 인턴십을 통해 경험한 실무 이야기, 특히 전산 시스템과 메타데이터가 어떻게 실제 도서관 업무에 녹아 있는지, 그리고 수업에서 배운 이론이 어디까지 적용되고 어디서부터는 새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체험담을 공유하려 한다. 이 글이 실습이나 인턴십을 앞둔 문헌정보학 전공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인턴십 후기

 

전산자료실 배정 첫 날, 시스템과 로그를 처음 마주하다

내가 인턴으로 배정받은 부서는 도서관의 전산자료실(또는 정보자료팀)이었다. 대부분의 실습생들이 대출/반납실이나 어린이자료실, 일반자료실에 배치되는 것과 달리, 나는 전공에서 정보시스템 개론, 디지털도서관론, 메타데이터 설계론을 들은 경험이 있어서 시스템 업무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덕분이었다.

첫날부터 담당 사서 선생님은 나에게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통합도서관시스템(ILS: Integrated Library System)의 구조를 설명해 주셨다. 이 시스템은 OPAC 검색, 대출/반납, 자료 등록, 연체 관리, 통계 집계, 이용자 계정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며, 내부적으로는 MARC 포맷 기반의 서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작동한다는 설명이었다.

처음 맡은 일은 이용자 검색 로그 분석이었다. 어떤 키워드가 가장 많이 검색되었고, 검색 결과가 없었던 키워드는 무엇인지 확인해 ‘검색 실패율’을 줄이는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가 0건으로 뜨는 경우, 해당 주제의 도서가 없다는 문제일 수도 있고, MARC 데이터에서 키워드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경우 색인어 수정, 주제어 보완, 메타데이터 태그 정비를 통해 검색 가능성을 개선하는 실무를 처음 해보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정보검색론 수업의 색인어 중요성, 검색 질의 설계, 사용자 검색 행태 분석이 단지 이론이 아니라 도서관의 정보 접근성에 직결되는 실무라는 걸 깨달았다. 정보란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MARC와 메타데이터 수정! 수업에선 정리, 현장에선 수리

인턴십 둘째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서지 메타데이터 점검 및 수정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도서관 내부에는 10년 이상 된 구판 자료들도 많았고, 과거에는 인력 부족이나 시스템 이관 등의 이유로 MARC 필드가 빠져 있거나 오류가 포함된 채 등록된 데이터들이 제법 많았다. 나의 주요 업무는 MARC 245 필드(서명), 260 필드(출판 정보), 650 필드(주제명) 등을 점검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탈자 수정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작업을 해보니 도서 한 권을 기준으로 10개 이상의 필드를 논리적으로 재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한 도서의 서명이 너무 길어서 자동 줄 바꿈 처리 오류가 났다거나, 복수 저자인데 공동 저자 정보가 누락되었거나, 출판연도가 잘못 표기되어 연대별 정렬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럴 땐 원문 자료를 다시 열람하고, ISBN을 기준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서지 정보를 대조해 확인한 뒤 수정했다.

이 과정은 목록학 수업에서 배운 MARC 필드 구조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다. 학교에서 실습했던 MARC 입력이 단순한 연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반대로 시스템적으로 잘못 설계된 메타데이터는 사용자 검색 경험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불어, 담당 사서 선생님은 “도서관 시스템은 결국 사람이 정리한 메타데이터의 집합체”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말의 무게를 작업을 거듭할수록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자동화가 많지만, 결국 그 기반이 되는 것은 사람의 정확한 입력과 판단이라는 점에서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의 정보시스템과 협업! 전공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턴십 후반부에는 다른 부서들과 협업하며 도서관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검색 결과 화면 개선을 위한 메타데이터 최적화 방안 제안’이었고, 나는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항목이 누락되거나 잘못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책이 ‘자연과학’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으나 실제로는 ‘응용과학’에 해당하는 내용이었고, 검색 태그에는 ‘AI’가 빠져 있었다. 이런 사례는 메타데이터 오류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였다. 나는 이 문제들을 정리해 보고서로 제출했고, 담당 사서 선생님은 이를 기반으로 전산팀에 일부 수정 요청을 전달했다.

이 과정을 통해,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단지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서관 정보 시스템의 흐름을 이해하고 오류를 분석하며, 이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느꼈다.
또한 내가 배운 정보봉사론이나 디지털도서관론 같은 이론이 ‘이용자 중심의 정보 설계’를 강조했던 이유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인턴십 마지막 날, 나는 ‘전산자료실 인턴 종료 보고서’를 작성하며 느낀 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정제하고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그리고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그 구조를 설계하는 기술자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실무 경쟁력은 시스템 이해에서 나온다

이번 인턴십은 나에게 있어 단순한 체험을 넘어서, 전공자의 실무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든 전환점이었다. 문헌정보학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분류론, 목록학, 정보검색론 등을 수업에서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들이 도서관 시스템에서 어떤 흐름으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실수와 충돌 속에서 운용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산 시스템과 메타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는 단지 ‘IT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문헌정보학적 사고와 논리, 판단이 없으면 결코 정확하게 실행될 수 없다. 실무에서는 자동화된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인턴십을 통해 전공자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사서가 되든, 디지털 큐레이터가 되든, 정보관리 전문가가 되든,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정보를 정확하게 설계하고, 연결하고,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