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진짜 도서관의 세계”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고 2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전공자는 자연스럽게 실습을 나가게 된다. 이론 수업에서 분류론, 목록학, 정보검색론을 배우며 도서관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게 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나 또한 학교 도서관에서 몇 차례 봉사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문헌정보학과 실습생’으로서 도서관에 배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습 기관은 우리 대학과 협약을 맺은 시립 도서관이었다. 규모도 크고, 내부 시스템도 최신화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습 첫날부터 내가 생각하던 도서관의 이미지는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내가 4주 동안 도서관에서 실습하며 실제로 겪은 일들, 배운 것들, 당황했던 순간들, 그리고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실습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실습을 앞둔 학생들이나 문헌정보학 진학을 고려 중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얼 체험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습 첫 주, 낯설고 복잡했던 도서관의 구조와 역할
실습 첫날은 전체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되었다. 도서관 팀장님께서 부서별 업무와 도서관의 전체 구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셨다. 내가 배정받은 부서는 ‘자료정리실’이었다. 이곳은 새로 구입된 도서를 등록하고, 분류하고, MARC 정보를 입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한 반복 작업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루가 지나자 그 생각이 얼마나 단순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실습 첫 주는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 시스템(OPAC)을 익히는 데 썼다. 사서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도서관 관리 프로그램에 로그인하고, 새 도서를 입력하면서 ISBN 코드, 저자명, 출판사, 청구기호, 분류기호, 등록번호 등을 수기로 입력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KDC 분류 기준을 빠르게 적용하는 능력이었다. 실습 전에는 분류론 수업에서 KDC 원리를 배웠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주제의 책을 일일이 정확하게 분류하는 일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
특히 애매한 주제의 책이나 복합장르의 책을 분류할 때, 나와 다른 실습생들이 고민하다가 담당 사서에게 질문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정답은 없지만, 가장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도서관 업무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정보에 대한 판단력과 책임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실습 둘째 주, 정보서비스와 대면 업무의 현실
둘째 주부터는 자료정리실 외에도 대출반납실과 어린이자료실 업무를 순환하면서 배울 기회가 생겼다. 가장 먼저 맡았던 업무는 도서 대출반납 보조였다. 자동화된 시스템 덕분에 대부분의 업무는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문제는 예외 상황이었다.
분실 도서 처리, 대출 기한 초과, 회원증 미소지자, 예약 시스템 오류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했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응대하느냐에 따라 이용자의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한 중학생 이용자가 대출 연장을 원했는데, 예약자가 있어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했을 때였다. 처음엔 다소 화난 어조로 불만을 표했지만, 사서 선생님은 “예약이 잡혀 있는 도서는 시스템상 연장이 어렵습니다. 대신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경우를 위해 북큐레이션을 잘 구성해 두는 게 중요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때 나는 비로소 사서라는 직무가 단순히 규정만 지키는 역할이 아니라, 정보를 연결하고 사람의 감정을 조율하는 소통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어린이자료실에서는 더 섬세한 응대가 필요했다. 아이들이 책을 펼쳐놓고 자리를 뜨거나, 도서를 반대로 꽂는 일이 잦았고, 보통의 도서관 규칙으로는 대응이 어려웠다. 그래서 담당 사서 선생님은 “아이들과는 규칙보다 친근한 말투와 유도 방식이 필요해요”라며, 게임처럼 책을 정리하는 방법을 시범으로 보여주셨다. 실습생 입장에서 보기엔 그저 사소한 장면이었지만, 그 뒤에 담긴 ‘정보교육자의 마인드’를 느낄 수 있었다.
실습 셋째 & 넷째 주, 기획과 보고서, 그리고 실무자의 시선 배우기
실습 셋째 주부터는 나름대로 ‘실습생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주제는 북큐레이션 기획과 전시였다. 나는 팀을 꾸려 ‘여름방학 추천 도서’라는 주제로 기획안을 짜고, 관련 도서를 선별하고, 북카드와 소개 문구를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책 선정 기준이었다. 단순히 유명한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대출 이력, 이용자 연령층, 도서관 소장 자료의 상태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데이터로부터 ‘여름방학 전 2주간 대출이 가장 많은 주제’를 분석했고, 초등 고학년을 중심 타깃으로 삼아, ‘자기계발, 창의력, 자연과학 탐구’를 주제로 책을 구성했다. 완성된 전시는 어린이자료실 입구에 설치되었고, 실습 마지막 주에 이용자 피드백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단순한 도서 추천이 아니라, 정보 활용, 공간 기획, 교육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이 북큐레이션이라는 것을 배웠다. 특히 사서 선생님께서 마지막 날 이런 말을 해주셨다.
“책을 정리하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전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 되고 싶나요?”
그 말은 지금도 내 전공의 방향성을 스스로 묻게 하는 문장이 되었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실습 보고서와 피드백 작성 시간이 주어졌다. 보고서에는 실습 과정에서 맡았던 업무, 어려웠던 점, 개선하고 싶은 점, 느낀 점 등을 자유롭게 작성했다. 그리고 사서 선생님들이 직접 피드백을 작성해 주셨는데, 단순한 실습생이 아니라 하나의 ‘미래 동료’로 대우해 주신 그 시선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실습은 현장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문헌정보학과에서의 실습은 단순한 전공 이수 요건이 아니다. 이론으로만 배워왔던 정보 분류와 조직, 검색, 응대, 기획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실제로 겪고, 실수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실습 전에는 ‘나도 곧 사서가 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실습 후에는 ‘사서라는 직업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정보와 사람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정보를 정리하고, 연결하고, 안내하는 사서가 있었다. 실습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단지 도서관 업무의 구조가 아니라, 사서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다면, 반드시 실습을 경험하길 바란다. 실습은 당신을 이론 속 전문가에서 현실 속 실무자로 성장시켜 주는 가장 확실한 기회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단순한 자격증 이상의 가치를 당신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문헌정보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문헌정보학 수업만으로는 몰랐던 종이 vs 디지털 기록물 실전 차이 (0) | 2025.07.11 |
|---|---|
| 전자도서관 실습하며 배운 문헌정보학의 진짜 실무 (2) | 2025.07.11 |
|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면 꼭 알아야 할 사서 시험 면접 팁! (1) | 2025.07.11 |
| 문헌정보학 기반으로 준비한 공공기관 사서 채용 A to Z! (0) | 2025.07.11 |
| 문헌정보학과 출신의 학교도서관 사서 임용시험 준비 과정! (0) | 2025.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