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작은도서관 실습 중 문헌정보학 지식이 실제로 쓰인 순간들

memo03300 2025. 7. 12. 05:00

“작은도서관은 단순한 동네 도서관이 아니었다”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후, 나는 사서라는 직업을 막연하게 큰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미지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된 지역 작은도서관 실습은 내가 가진 선입견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작은도서관은 보통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며, 공간은 작지만 해야 할 일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내가 실습한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사서 1명, 시간제 보조 인력 1명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실습생인 나 역시 그 안에서 중요한 업무를 실제로 맡아야 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문헌정보학과에서 배운 이론 지식이 현장에서 그대로 실무에 쓰였다는 점이다. 실습 전에는 “과연 이 수업들이 진짜 현장에서 쓰일까?” 하고 의심했지만, 막상 하루하루의 업무를 경험하며 내 전공 지식이 실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에서는 작은도서관 실습을 통해 실제로 어떤 업무를 맡았고, 그 과정에서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의 지식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리고 이 경험이 나의 진로에 어떤 확신을 주었는지 진솔하게 나눠보려고 한다. 이 글이 작은도서관 실습을 앞둔 학생, 또는 사서 직무에 관심 있는 문헌정보학 전공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문헌정보학과에서 배운 지식이 실습 중 빛을 발휘한 순간들

 

분류론과 목록학, 책 한 권을 등록하는 일의 무게

실습 첫 주에는 새로 들어온 도서를 정리하고 등록하는 업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책 정리’가 단순한 반복 업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습 담당 사서 선생님은 나에게 책 10권을 넘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들, KDC 기준으로 분류해서 서지 작성까지 해볼래요?”

이 말은 곧, 실제 서가에 들어갈 책들을 내가 분류하고 MARC 형태로 등록하라는 의미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곧 분류론 수업 시간에 배운 KDC 체계를 떠올리며 업무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책은 539, ‘인공지능 입문’은 004로 분류하고, 서가 구성에 따라 세부 청구기호까지 설계했다.

문제는 애매한 책들이었다. 예컨대 ‘환경에 대한 에세이’처럼 문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 있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가 모호했다. 이때 나는 분류론 수업에서 배운 ‘주제 분석 우선 원칙’, ‘복합 주제의 경우 지배 주제를 중심으로 선택’ 같은 기준을 적용하며 분류를 결정했다.

또한 MARC 포맷에 따라 저자명, 서명, 출판사, 출판년도, 주제어 등을 입력하면서 목록학 수업에서 배운 MARC 필드 구조(245, 260, 650 등)를 하나하나 적용했다. 입력한 메타데이터가 바로 OPAC 검색 시스템에 반영되는 걸 보고, 내가 입력한 정보가 실제 이용자 경험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단순한 책 등록 업무조차 전공 지식 없이는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문헌정보학 수업 시간에 배운 한 줄 한 줄이, 작은도서관이라는 현장에서 실제 도서의 흐름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

 

정보봉사론, 이용자 응대에서 진짜 빛을 발하다

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주민들과의 거리감이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했고, 정보 요구 역시 단순히 ‘책을 빌리러 왔다’가 아니라, “이런 책 없나요?”, “요즘 핫한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아이 독서교육에 좋은 책은 뭐가 있을까요?”처럼 실질적인 질문과 대화를 동반한 요청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활용한 전공과목은 정보봉사론이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참고정보서비스 유형’, ‘이용자 정보 요구 분석’, ‘정보 전달 방법’ 등이 실전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60대 중반의 한 어르신이 “디지털로 된 건강 정보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공공데이터포털의 보건 관련 서비스와 보건복지부의 건강 콘텐츠를 안내해 드렸고, 프린트 자료까지 제공해 드렸다.

또한 초등학생 학부모가 “과학 분야에 흥미 느낄 만한 책 없냐”고 묻자, 나는 사서 선생님과 협의해 ‘초등 고학년 추천 과학 도서 북큐레이션 코너’를 기획하고 전시까지 담당했다. 이 과정은 정보봉사론뿐 아니라 정보이용자 분석 과목에서 배운 연령별 정보 요구 분석 모델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사례였다.

무엇보다 작은도서관에서의 정보 응대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관심을 끌고,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정보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는 배경은, 그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정확하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도서관 운영 기획과 실무 협업, 정보서비스 기획자로의 성장

실습 마지막 주에는 사서 선생님의 제안으로, ‘도서관 이용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주제는 “주말 가족 방문객을 위한 도서 추천 프로그램 기획”이었고, 나는 동료 실습생과 함께 전 주말 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후, 가족 단위 대출이 많은 시간대, 인기 대출 분야, 대출 연령층을 도출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말 북큐레이션 코너와 리플렛 디자인, 연령별 추천 도서 리스트를 구성했고, 직접 추천 문구도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문헌정보학 수업 중 ‘정보서비스 기획 및 설계’ 관련 내용을 다시 꺼내 정리했다. 이용자 요구 분석 → 콘텐츠 선정 → 정보 시각화 → 결과 모니터링이라는 흐름이 이번 프로젝트에도 정확히 적용되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코너가 운영되자, 예상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을 고르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서 선생님은 “실제 도서관 운영은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 중심으로 꾸려가는 거예요”라고 말해주셨고, 나는 이 말을 인턴십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적어두었다.

문헌정보학은 ‘정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배웠지만, 작은도서관 실습은 그것이 현장과 사람을 연결하는 실무 역량이라는 걸 몸으로 가르쳐줬다. 작은 공간에서 직접 데이터를 보고, 콘텐츠를 정리하고, 사람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는 이 순환 속에서 나는 정보서비스 기획자로서의 가능성을 처음 체감할 수 있었다.

 

작은도서관이 보여준 문헌정보학의 실무 확장성

작은도서관 실습은 단순한 실습 과제가 아니었다. 그곳은 문헌정보학을 ‘지식’이 아닌 ‘기술’로 바꿔주는 곳이었고, 전공자가 현장에서 어떻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실전 무대였다. 분류론, 목록학, 정보봉사론, 검색론, 정보기획 등 전공 수업에서 배운 거의 모든 개념이 실제 업무로 연결되었고, 그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되었다.

작은도서관은 공간은 작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 작지 않다. 전공자로서 내가 가진 도구들을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서라는 직무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실습을 통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한다면, 꼭 작은도서관 실습을 경험하길 추천한다.
그곳은 이론이 실무로 바뀌는 곳이며, 정보가 사람이 되는 순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공자의 성장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