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전에 알지 못했던 전자도서관의 세계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은 나에게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로만 존재했다. 전공을 시작하면서 분류론, 정보봉사론, 디지털도서관론 같은 과목들을 통해 도서관의 구조를 이론적으로 익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전자도서관’은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문헌정보학 수업에서 교수님은 “전자도서관은 단지 책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보 체계 자체를 온라인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하셨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한 건 실제로 전자도서관 실습에 참여한 후부터였다.
내가 실습한 기관은 지역의 중형 규모 공공도서관이었고, 이곳은 자체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습은 4주간 진행되었으며, 2주는 디지털자료실 배치, 1주는 정보서비스 기획, 마지막 1주는 전자도서관 시스템 분석 및 보고서 작성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실습지에 배정되었을 때는 “컴퓨터로 책 검색하고 대출 처리 도와주는 게 다 아닐까?”라는 안이한 생각도 했지만, 실제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전략적이었다. 전자도서관 실습을 하면서 내가 문헌정보학을 통해 배운 이론이 어떤 실무로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고, 정보라는 자원의 흐름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전자도서관의 구조와 실무 프로세스를 몸으로 익히다
전자도서관 실습의 핵심은 단순히 전산 시스템을 만지는 것이 아니었다. 실습 첫날부터 담당 사서 선생님은 "전자도서관은 책이 없는 도서관이 아니라, 정보 흐름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도서관이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실제로 내가 실습한 기관의 전자도서관 시스템에는 전자책, 오디오북, 온라인 강의, 외부 연계 학술 DB, 웹진까지 다양한 자원이 통합돼 있었고, 모든 콘텐츠는 별도의 메타데이터와 이용권한 체계를 갖고 있었다.
전자자료 등록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분류론’에서 배운 KDC 코드가 왜 중요한지, ‘목록학’에서 학습했던 MARC 필드가 전자자원에서도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자책 하나를 등록할 때도 제목, 저자, 발행처, 발행연도 같은 기본 정보 외에도 파일 형식(ePub, PDF), 접근방식(스트리밍, 다운로드), 이용제한(동시 이용자 수) 등 디지털 환경 특유의 요소들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정보를 입력할 때는 MARC 외에 ONIX, Dublin Core 같은 디지털 메타데이터 표준이 사용되었고, 전공 수업에서만 봤던 용어들이 실제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담당 사서 선생님은 “이제 도서관 사서도 IT 언어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며, 단순한 입력자가 아닌, 정보구조 설계자로서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전자도서관 업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전자자원 접근 오류 해결이었다. 이용자 한 명이 전자책 다운로드가 안 된다고 항의했고, 나는 로그를 추적하며 해당 콘텐츠의 URL 경로가 깨졌다는 것을 파악해 기술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 검색’, ‘오류 진단’, ‘소통’이라는 다층적 역량이 실무에서 동시에 요구된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전자도서관의 운영은 단순한 기술 관리가 아닌, 정보 전달 책임자의 업무였다.
전공 이론과 현장 실무의 연결 고리를 깨닫다
실습 중 가장 큰 배움은 문헌정보학에서 배운 이론들이 단지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실무를 위한 언어라는 사실이었다. 실습 내내 내가 가장 많이 떠올린 과목은 '정보검색론'이었다. 실습 도중 전자도서관의 검색 인터페이스를 점검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연관 키워드가 제대로 제안되지 않거나, 검색 결과에 필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들이 발견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색인어 구조를 점검하며 ‘색인어 부여 방식’과 ‘검색 알고리즘의 가중치 설정’이 검색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검색론 시간에 배운 검색 정확률(precision), 재현율(recall) 개념이 실제 전자도서관 사용자 만족도와 직결된다는 점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정보봉사론’ 수업에서 배웠던 이용자 유형별 정보 요구 분석 내용도 실제 업무에 바로 연결되었다. 담당 사서 선생님은 실습생들에게 ‘이용자 문의 기록’을 보여주며, 자주 나오는 질문 유형을 정리하게 했다. “전자책 이용 방법”, “이용 가능 기기”, “타 도서관 연계 가능 여부” 등이 주요 항목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자도서관 홈페이지 내 ‘자주 묻는 질문(FAQ)’을 보완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전공 수업에서 배운 개념들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정보 환경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도구라는 걸 체감했다. 그리고 전공의 깊이를 느낄수록,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실습을 통해 바뀐 진로 방향과 전공에 대한 확신
전자도서관 실습을 통해 나는 나의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공공도서관 사서를 생각했지만, 실습 이후에는 디지털 정보 설계, 콘텐츠 큐레이션, 정보 UX 기획 등의 진로로 시야가 넓어졌다. 정보는 단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여지고 전달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습 마지막 주에는 실습생들이 각자 작성한 전자도서관 개선 보고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전자책 추천 시스템 개선을 주제로, 대출 데이터 분석 기반의 AI 추천 알고리즘 연동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발표를 들은 사서 선생님은 “정보를 기술로 해석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변환하려는 시도가 매우 좋다”는 피드백을 주셨고, 나 역시 정보학 전공자로서 어떤 사고력을 갖춰야 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전자도서관 실습은 내가 배운 모든 문헌정보학 지식을 현실에서 적용해 본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실습 이전에는 과목별 지식이 단절되어 있었다면, 실습 이후에는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정보 체계를 구성하는 퍼즐처럼 느껴졌다.
이제 나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는 이름이 단순히 사서 자격증을 위한 타이틀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정보 설계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실습을 마치고 나서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문헌정보학은 사라지는 학문이 아니라, 더 넓고 깊어지는 미래지향적 학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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