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대학 생활! 전공자로 살아남기

memo03300 2025. 7. 31. 08:20

“무슨 과라고?”라는 질문부터 시작된 나의 대학 생활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문헌정보학? 그게 뭔데?”
심지어 학교 친구들조차 내가 어떤 과에 다니는지 몰랐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입학 전에는 정확히 몰랐다.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는지도, 그게 무엇을 다루는지도 낯설기만 했다.

문헌정보학과는 이름만으로도 오해받기 쉬운 전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는 과?”, “사서 되는 과?” 정도로만 인식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문헌정보학은 정보가 생성되고, 구조화되고, 검색되며, 활용되는 모든 흐름을 연구하는 정보 중심 학문이다. 도서관은 그 정보의 한 현장이자, 시작점일 뿐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4년 동안 겪었던 현실적인 대학 생활을 바탕으로, 전공자 입장에서 느낀 문헌정보학의 실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까지 모두 풀어보고자 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대학 생활기

 

문헌정보학과의 수업과 과제! 이론부터 실습까지

문헌정보학과의 커리큘럼은 의외로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 1학년 때는 주로 전공 기초 과목을 수강하는데, ‘문헌정보학 개론’, ‘정보사회와 정보윤리’, ‘도서관의 이해’와 같은 과목들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도서관의 역사, 정보의 흐름, 사서의 역할 등을 이론적으로 배운다. 많은 학생들이 이때까지는 문헌정보학을 막연히 “도서관 중심 학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2학년부터 수업이 본격적으로 ‘정보 구조’와 ‘조직’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료조직론’, ‘목록학’, ‘분류학’, ‘색인 및 초록 작성법’ 등의 과목은 정보의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나는 ‘듀이십진분류법’을 배운 후 실제로 책을 주제어에 따라 나열하는 과제를 했는데,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정보를 어떻게 분해하고 연결 짓는지가 핵심이었다.

3학년이 되면 실습 과목이 많아진다. 전자도서관 시스템 실습, 메타데이터 생성 실습, 디지털 아카이빙 등 정보를 실제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배우는 과목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과목은 ‘자료조직실습’이었다. 10권이 넘는 도서에 직접 MARC 데이터를 입력하고, KDC와 DDC를 적용하며 목록을 만들었는데,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훈련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과제 또한 많고, 구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정보 탐색 보고서, 색인 설계 실습, 이용자 분석 리포트 등 실제 정보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전공이 어렵다기보다, 명확한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전공자로서 마주한 현실, 비전공자와의 온도 차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회적 인식의 낮음이었다. 같은 학번 친구들이 컴퓨터공학, 경영학, 심리학 등의 전공을 소개할 때, 나는 항상 “문헌정보학은 뭐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설명해도 반응은 비슷했다.
“그걸 배워서 뭐 해?”, “요즘 누가 도서관 가?”, “AI 시대에 그런 게 필요해?”

이런 질문들은 스스로에게도 의문을 던지게 했다. ‘이 전공을 배워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나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기했다.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늘어나며, 그 정보를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문헌정보학은 도서관뿐만 아니라 정보센터, 기업 아카이브, 공공기관, 학교, 연구소, 심지어 IT 서비스 기획에도 활용되는 응용 학문이라는 점을 스스로 되새겼다. 또한 실습을 통해 디지털 정보 환경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학문인지 깨달으면서, ‘정보 구조 설계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친구들이 코딩을 배울 때, 나는 정보 흐름을 설계하고,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탐색구조를 짜고 있었다. 전공자가 느끼는 ‘정보에 대한 직관’은,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능력보다 더 폭넓고 깊은 무기였다.

 

실습과 경험에서 얻은 전공의 실용성

문헌정보학과의 진짜 강점은 실무 감각을 길러주는 수업에 있다. 도서관 실습, 정보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이용자 행태 분석 등은 단순히 책을 읽고 정리하는 과제가 아니다.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분류하고, 구조화한 뒤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접근하고 이용할지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나는 3학년 때 공공도서관에서 실습을 하며, ‘정보 서비스’라는 개념이 단순 검색 지원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개입이라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한 어르신 이용자가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 책”을 찾으러 왔을 때, 단순히 주제어로 검색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수준, 요구 배경, 접근 용이성을 고려해 자료를 제안하는 것이 진짜 정보 서비스였다.

전자도서관 실습에서는 메타데이터 필드를 직접 설계해 보는 과제가 있었다. Dublin Core 필드를 기반으로 책, 블로그,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같은 기준으로 정리해야 했는데, 정보의 성격을 비교하고 연결 짓는 훈련이 깊이 있게 이뤄졌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언어’를 설계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문헌정보학, 나의 언어를 만들고 세상을 해석하는 힘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의 대학 생활은 절대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낯선 학문을 이해하고, 사회적 오해를 견디며, 실용성과 진로 사이에서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정보를 설계하고, 구조화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 전공은 단지 도서관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잉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연결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키워준다. 그 힘은 어떤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하며, 나에게는 ‘정보로 세상을 해석하는 눈’을 만들어줬다.

문헌정보학은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틀이 되었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문헌정보학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그게 나의 전공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