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

디지털 시대, 개인 기록을 문헌정보학 관점에서 정리하는 법

memo03300 2025. 7. 30. 16:13

나의 기록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을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기록을 남긴다.
스마트폰 앨범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 이메일로 주고받은 업무 자료, SNS에 올린 일상 포스트, 메신저에 남겨진 대화,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된 각종 파일들. 처음에는 “기억해 두기 위해” 기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정보의 산더미만이 남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정보를 쉽게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개인 기록이 저장된 위치는 너무 다양하고, 포맷은 제각각이며, 의미 없이 축적되는 파일들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쌓여간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못한다.

문헌정보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해답을 준다.
기록이란 단지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행위라는 것을 우리는 배운다.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개인 디지털 기록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분류하고, 보존하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헌정보학 관점에서 개인 기록을 디지털로 정리하는 방법

 

디지털 시대의 개인 기록 문제, 잃어버린 나의 정보들

디지털 개인 기록의 문제는 ‘양’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너무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하나는 구글 드라이브에, 하나는 에버노트에, 또 다른 건 카카오톡 파일함에 흩어져 있고, 그마저도 중복된 파일, 파일명 없는 스캔본, 이름 없는 사진 등 불명확하고 정체성 없는 데이터가 대부분이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의 변화는 개인 기록의 소멸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전 블로그에 올린 글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삭제되었고, 옛 메일 계정의 정보는 계정 잠금으로 인해 복구조차 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록은 저장된다고 해서 영구히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과 플랫폼의 수명에 따라 더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위태로운 존재다.

문헌정보학은 ‘정보를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유지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개인 기록을 다룰 때도 그 정보를 구조화하고, 보존성을 고려한 설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제, 문헌정보학적 관점에서 개인의 디지털 기록을 정리하는 실천 방법을 살펴보자.

 

문헌정보학 기반으로 개인 기록을 정리하는 방법

문헌정보학 관점에서의 기록 정리는 다음 3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① 분류체계 설계 → ② 메타데이터 부여 → ③ 보존 방식 및 위치 통일

① 분류체계 설계

먼저, 자기 삶에서 어떤 종류의 기록이 존재하는지 목록화해야 한다. 업무 관련 문서, 학업 자료, 재정 관련 서류, 가족사진, 건강 기록, SNS 캡처 등 기록의 주제와 용도를 기준으로 분류체계를 설계한다.
문헌정보학에서 말하는 기능적 분류(functional classification) 혹은 주제 분류(subject classification) 방식을 차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재무/세금 신고 자료”처럼 다층적인 폴더 구조를 만들고, 각 계층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해 두면 기록 간의 관계와 맥락이 자연스럽게 보존된다.

② 메타데이터 부여

폴더나 파일에 메타 정보를 덧붙이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검색이 쉬워진다. 문서의 제목 외에도 작성일, 작성자(나 혹은 공동 작성자), 내용 요약, 관련 키워드 등을 적어두면, 시간 흐름 속에서 기록이 가진 의미를 다시 꺼내기 쉬워진다.
문헌정보학에서 배우는 Dublin Core 메타데이터 표준을 개인용으로 축소 적용할 수 있다. 예: Title / Date / Subject / Description / Format / Source

③ 보존 방식 및 위치 통일

기록물은 되도록 중앙화된 위치에 보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여러 플랫폼에 분산되면 백업이 어렵고, 손실 위험이 크다. 구글 드라이브, NAS, 외장하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되, 정기적으로 파일명 일괄 정리 / 백업 날짜 기록 / 중복 제거 등의 유지 관리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정리 방식은 단순한 미적 정돈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 구조 설계를 통해 내 삶을 다시 해석하고, 효율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문헌정보학적 접근이다.

 

실천 사례!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개인 기록을 정리해 보니

나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후, 개인 기록 정리를 위한 ‘정보 설계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난 10년 동안 쌓인 메일, 사진, 블로그 글, 대학 리포트 등 디지털 자료를 분류하며 막막함을 느꼈다. 하지만 문헌정보학에서 배운 주제별 분류, 메타데이터 태깅, 색인어 설정을 활용해 기록 구조를 다시 설계하자, 정보가 의미 있는 덩어리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여행’이라는 주제로 사진, 블로그 글, 항공권 PDF, 동행자 메모까지를 하나의 ‘디지털 아카이브’로 묶었다. 각 자료에 날짜, 장소, 동행자, 키워드를 붙이니, 몇 년 전의 여행이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문서들도 단순히 ‘2020_서류.pdf’가 아니라, ‘[학자금 신청] 2020년 2학기 등록금 관련 서류_한양대’처럼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정리했다.

또한 매달 1일에는 백업을 하는 루틴을 설정하고, 버전관리 파일을 따로 두었다. 예: "블로그 원고_2023_06_ver1", "블로그 원고_2023_06_final"처럼 수정 이력까지 설계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기록 보존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자기 통제력과 기억의 회복, 그리고 나에 대한 재구성으로 이어졌다. 문헌정보학이 나의 일상을 설계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의 삶을 설계하는 정보학의 힘

기록은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작업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정보 환경을 관리하고, 기억을 설계하며, 개인 아카이브를 운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구조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그 본질은 ‘기억을 꺼낼 수 있도록 저장하는 것’, ‘정보가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지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 기록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인생을 스스로 아카이빙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

정리되지 않은 기록은 결국 사라진다. 그러나 문헌정보학의 언어와 설계 방식을 활용하면, 그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을 구조화한 의미 있는 아카이브가 된다.

기록은 삶이고, 문헌정보학은 그 삶을 ‘다시 꺼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그 힘을 개인의 삶에 적용하는 순간,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진짜 정보 관리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