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했지만, 그 이상이 필요했다"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전공을 결정하기엔 무모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문헌정보학과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정보를 구조화하고 전달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입학 전에는 막연하게 사서가 되는 길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공부하면서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수집, 분류, 저장, 유통 전 과정을 다루는 종합적인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보의 홍수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었고,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대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헌정보학이라는 전공은 단순히 전통적인 도서관 업무를 넘어서, 정보 기술과 인간 중심의 정보 활용을 아우르는 분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문헌정보학과를 선택하게 된 배경과, 실제로 전공 수업과 실습을 겪으면서 느꼈던 진짜 생각들을 솔직하게 담아보려 한다. 문헌정보학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 또는 이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정보가 되길 바란다.

문헌정보학과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고등학생 시절,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졌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핵심 주제를 분석하며 발표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의미를 분석하고, 구조화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문헌정보학이라는 전공을 접하게 되었고, ‘정보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일’이란 정의에 끌렸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정보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만큼, 문헌정보학이 단순한 책 정리의 학문이 아니라는 점에 확신을 얻었다.
특히, 문헌정보학이라는 전공이 단순히 ‘도서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의 진학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면 향후 정보 분석가, 데이터 큐레이터, 기록관리 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진출이 가능하다는 교수님의 설명은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고등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보를 다루는 전문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그래서 사서라는 직업보다는 ‘정보 큐레이터’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진학을 결심했다.
전공 수업을 듣고 나서 알게 된 현실
입학 후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분류와 색인’이라는 과목이었다. 책의 주제를 코드로 변환하고, 표준화된 규칙에 따라 정보 형태를 정리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도서관에서 책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데에는 이처럼 수많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 숨어 있었다.
KDC(한국십진분류법)나 DDC(듀이십진분류법) 같은 체계를 배우면서 정보가 체계적으로 조직되는 과정을 경험했고, 그 과정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었다. 처음에는 ‘책 정리’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정보 구조 설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전공에 대한 흥미도 더 커졌다.
또한 ‘정보검색론’이나 ‘정보서비스론’과 같은 과목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술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검색엔진 최적화(SEO)’나 ‘인포그래픽 설계’와 같은 디지털 정보 전달 방식도 학습했는데, 이처럼 문헌정보학은 기술적 접근도 필요로 하는 융합형 전공임을 체감하게 되었다.
특히 교수님 중 한 분이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UX를 설계하는 사람을 키우는 학문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책이나 논문만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정보 전달 방식 자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실습과 프로젝트에서 느낀 실전의 벽
문헌정보학은 이론만으로는 절대 다 알 수 없는 분야다. 3학년 때 도서관 실습을 나가면서, 그동안 배운 이론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RFID 시스템을 활용한 대출 반납, 전자도서관 OPAC 시스템 운영, 메타데이터 입력 등 기술적 실무도 많았고, 이용자 응대나 도서 큐레이션 같은 서비스 측면의 일도 함께 경험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도서 큐레이션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던 일이다.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도서를 선별해 전시하는 과정은 정보 분석 능력뿐만 아니라 사용자 이해 능력까지 요구했다.
이 밖에도 전자정보실에서 학술 DB를 안내하는 활동,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정리 업무, 어린이 독서교육 프로그램 보조 등 다양한 실습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 정보 전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로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깊은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문헌정보학, 생각보다 더 넓고 깊은 분야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면서 나는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학과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이 전공은 그 이상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과 연결되어야 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문헌정보학은 그 연결을 가장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학문이다.
진학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정보’로 확장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전공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디지털 문서 보존, 데이터 큐레이션, AI 기반 정보 검색 등 수많은 분야에서 문헌정보학은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결코 좁지도, 낡지도 않았음을 이제는 확신한다. 정보의 시대,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문헌정보학 전공자’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더 배우고 더 도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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