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정보 탐색’은 진짜 검색일까?
챗GPT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예전엔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 결과를 고르고 읽었지만, 지금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나오는” 방식이 당연해졌다. 이 변화는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해 보이지만,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시선에서는 꽤 많은 질문이 생긴다.
- 챗GPT는 어떤 정보에 기반해서 답을 생성하는 걸까?
- 그 정보는 어떻게 수집되고, 분류되며, 문장으로 재구성될까?
- GPT의 정보 탐색은 도서관 정보검색 시스템과 어떻게 다를까?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시각으로 챗GPT의 정보 탐색 방식을 분석하고, 기존의 정보 탐색 모델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어떤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비교해 보려 한다.

챗GPT는 검색 시스템이 아니다! 생성형 AI의 구조 이해
챗GPT는 본질적으로 검색 엔진이 아니다. 그것은 입력된 문장(prompt)에 따라, 가장 그럴듯한 응답을 확률적으로 생성하는 모델이다. 즉, 챗GPT는 웹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사전에 수집된 수많은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질문에 대해 언어적 연관성이 높은 응답을 생성한다.
이 점은 전통적인 도서관 정보 검색 시스템(OPAC), 학술 DB, 검색 포털과 매우 다르다. 기존 시스템은 색인어 기반으로 메타데이터와 본문을 매칭해 결과를 제공하는 반면, 챗GPT는 색인이나 분류 없이 ‘문장 단위의 의미 흐름’을 생성한다.
문헌정보학적 시선으로 보면, GPT는 정보를 조직하거나 구조화하지 않는다. 대신, 정보를 통계적으로 ‘압축’해 둔 거대한 의미 공간에서 문장을 꺼내올 뿐이다.
정보의 신뢰성 문제, 문헌정보학이 걱정하는 지점
챗GPT는 때때로 신뢰성 있는 답변을 하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매우 그럴듯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는 문헌정보학 전공자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다. 우리는 항상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지며 정보를 다룬다:
- 출처가 명확한가?
- 정보가 최신인가?
- 사실과 해석이 구분되어 있는가?
- 검증된 서지 데이터인가?
하지만 챗GPT는 출처를 표시하지 않으며, 학습 데이터가 어디에서 왔는지 명확하지 않고, 업데이트 주기마저 불명확하다. 문헌정보학의 핵심 가치인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위협하는 구조다.
따라서 챗GPT를 사용할 때 전공자는 단순히 답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보의 신뢰 여부를 판단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정보 평가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문헌정보학 관점에서 본 챗GPT의 정보 구조 분석
문헌정보학에서는 Ranganathan의 5 법칙, Kuhlthau의 정보 탐색 모델, Ellis의 정보행동 이론 등 다양한 모델을 학습한다. 챗GPT는 이러한 모델들과 비교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보인다:
- 챗GPT는 탐색이 아닌 생성에 가까우며,
- 색인어와 분류 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 정보원 선택이 불투명하며,
- 이용자 의도에 따라 응답이 변형되며 재구성된다.
이는 OPAC, 리포지터리, 학술 DB 등 명확한 정보 조직 구조를 가진 시스템과 매우 다르며, 문헌정보학 입장에서는 정보 설계의 통제권이 사용자 손을 벗어난 구조로 볼 수 있다. GPT는 정보 탐색의 속도는 높였지만, 정보의 구조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생성형 AI를 다루기 위한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비판적 활용법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이미 도서관, 교육기관, 공공정보 서비스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활용의 윤곽을 설계하는 전문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공자는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출처 기반으로 교차 검증하고, 중요 정보에 대해 수작업 검증 절차를 추가하는 프로토콜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AI가 생성한 문장을 기준으로 어떤 주제어와 분류 코드를 부여할지 판단하고, 그것이 기관이나 서비스의 정보조직 정책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일은 단순한 사용자가 아닌, 정보 설계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정보중개자의 새로운 정의, ‘AI와 인간 사이의 해석자’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AI 시대에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정보중개자(intermediary)”의 재정의다. 과거에는 정보중개자가 이용자와 자료 사이에서 검색을 도와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생성한 정보와 인간 사용자의 해석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 주는 중간자가 되어야 한다.
이 역할은 특히 교육, 학술,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요약된 정보를 제공할 때, 그 정보가 편향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구조를 사전에 분석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공자는 정보 평가 기준, 색인어의 일관성, 주제 분류 기준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AI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용자에게 더 신뢰도 높은 정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이여! GPT를 신뢰하지 말고, 분석하라!
챗GPT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는 결국 예측된 문장이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이 도구를 무작정 신뢰하기보다, 정보의 생성 원리와 흐름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배운 정보 평가 기준, 검색 전략, 색인 설계 역량은 챗GPT를 맹신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AI는 정보를 흘려보낸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그 흐름의 신뢰성과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GPT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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