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서를 다르게 분류하는 두 체계, KDC와 DDC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분류 체계 중 두 가지가 있다. 바로 KDC(한국십진분류법)와 DDC(듀이십진분류법)다. 두 체계 모두 십진분류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정보의 주제를 계층적 구조로 조직하는 체계이지만,
각각의 문화적 배경, 분류 철학, 실무 적용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문헌정보학 수업 시간에는 KDC와 DDC를 이론적으로 비교했지만, 실습을 통해 같은 책이 어떤 도서관에서는 DDC로, 어떤 곳에서는 KDC로 전혀 다른 위치에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그 차이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문헌정보학 수업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KDC와 DDC의 구조적·문화적 차이, 실제 적용상의 장단점, 이용자 관점에서의 차이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구조와 분류 논리, KDC는 현실 반영, DDC는 보편 추구
| 항목 | KDC(한국십진분류법) | DDC(듀이십진분류법 ) |
| 개발 국가 | 한국 | 미국 |
| 출판 시기 | 1958년 초판 (현재 7판) | 1876년 초판 (현재 23판) |
| 문화 반영 | 한국 중심 (불교, 유교, 한반도 중심 지리) | 서구 중심 (기독교 중심, 유럽/미국 중심 지리) |
| 종교 분류 | 고르게 배치 (200~299) | 기독교 중심 (200 전체가 기독교) |
| 한국 관련 자료 | 911 (한국 역사), 810 (한국 문학) 등 독립 배치 | 지역번호 951 하위에 한정됨 |
KDC는 DDC의 틀을 참고해 만들어졌지만, 한국의 사회, 역사, 교육 현실을 고려해 수정된 체계다. 예를 들어, KDC는 ‘한국 문학’을 810번 대 전체로 독립적으로 다루며, ‘불교’, ‘유교’ 등 동양 종교도 DDC보다 훨씬 비중 있게 다룬다. 이처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체계라는 점이 KDC의 특징이다.
반면, DDC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분류체계로, 영어권 문헌이나 국제 표준 도서관 시스템과의 연계성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DDC는 ‘숫자 범위 내 확장 규칙’이 체계적이기 때문에 컴퓨터 기반 색인 자동화와 상호운용성에 유리하다.
실무에서 경험한 적용 차이! 같은 책, 다른 위치
실습 도서관에서 나는 같은 책이 도서관마다 서로 다른 청구기호로 배열된 사례를 여럿 접했다. 예를 들어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이라는 도서는 어떤 도서관에서는 KDC 기준으로 004.56(정보과학), 또 다른 도서관에서는 DDC 기준으로 006.3(인공지능 기술)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번호의 차이가 아니다. 서가 배치, 탐색 흐름, 추천 도서 코너 구성, 유사도서 연결 등 이용자의 정보 접근성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아동문학’을 800번대(KDC) 전체로 독립시켜 구성하는 방식이 자주 쓰이는데, DDC를 사용하는 도서관에서는 아동서적이 813(영문 아동문학), 895(동양 문학), 398(전래 동화) 등 주제별로 분산되어, 어린이의 탐색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단지 분류 번호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체계가 어떤 철학으로 정보를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전공자의 핵심 역량임을 느꼈다.
KDC 중심 사용의 현실적 이유와 DDC 활용의 제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작은도서관의 대부분은 KDC를 사용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 행정적 표준 통일: 국립중앙도서관과 교육청 산하 도서관에서 KDC를 표준으로 지정
- 이용자 친화성: 숫자 범위와 주제 구성이 한국 학제와 교육과정과 유사
- 자료의 국문 중심: 한국 관련 도서가 많은 도서관에서는 KDC가 훨씬 자연스러움
반면 DDC는 국제 학술자료와의 연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나 외국 서적 비중이 큰 전문도서관에서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DDC 번역판의 제약과 언어 장벽, 문화적 오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DDC 200번 대 전체가 기독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불교나 유교 관련 도서는 DDC 상에서는 부수적인 코드로 밀려난다. 또한 한국 관련 역사나 지리는 951 같은 세 자리 숫자에 국한되어 있어, 주제 다양성을 표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도서관은 DDC를 채택할 경우에도 부분 수정 혹은 병행 운용(Mapping)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 작업은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메타데이터 설계 능력을 필요로 한다.
분류 체계 선택이 사용자 경험에 주는 영향
분류 체계는 단지 도서관 내부의 기준이 아니다. 그것은 이용자가 책을 어떻게 탐색할 것인지, 어떤 흐름으로 정보를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이기도 하다.
KDC는 비교적 간결한 번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청소년이나 일반인이 이용하기에 부담이 적다. 반면 DDC는 3자리 기본번호 + 소수점 이하 세부 분류 + 지역번호를 조합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색인 구조를 설계하기에 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여성 문학사’를 다룬 책을 KDC로는 810(한국문학), 813(소설), 혹은 809(문학비평)으로 분류하지만, DDC에서는 809.89287 등 복잡한 형태로 구성된다. 이 경우, DDC의 분류 정밀도는 뛰어나지만, 실제 이용자의 인식과는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이러한 ‘정보 분류의 기술’과 ‘이용자의 정보 이해 흐름’ 사이를 조율하는 사람이다.
정보를 정확하게 정리하면서도,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설계자이기도 하다.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역할은 두 체계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KDC와 DDC는 모두 훌륭한 분류 체계지만, 절대적인 우열은 없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체계가 어떤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설계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실무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판단력이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단지 분류 번호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정보 흐름을 설계하고, 사용자 중심에서 최적의 탐색 구조를 제시할 수 있는 정보 구조 설계자다. KDC와 DDC 모두를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진짜 실력자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에도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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