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 문헌정보학은 뒤처졌을까?
요즘 어디서든 들려오는 키워드, 바로 AI(인공지능)이다. 챗GPT부터 생성형 AI, 데이터 자동화, 검색 엔진의 고도화까지, 우리는 기술 혁신이 사람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정보와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에서 AI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자주 이런 질문을 마주한다.
“사서도 AI로 대체되는 거 아냐?”
“색인, 분류, 메타데이터 작업도 전부 자동화되는 거잖아?”
이 질문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실제로 많은 정보조직, 도서관, 검색 플랫폼이 자동 색인, 자동 분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개입을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이 시대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걸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AI가 발전할수록, 문헌정보학 전공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그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역량을 확장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려 한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의미 해석’에 있다!
AI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정보 흐름을 학습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한다. 하지만 그런 AI도 아직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보의 맥락과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조직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자동 색인 시스템이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이라는 책을 색인할 때, 단어 자체는 뽑아낼 수 있어도, 이 주제가 사회학, 심리학, 미디어학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를 판단하지 못한다. 또한 같은 단어라도, 문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기계는 모른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텍스트의 구조, 정보의 층위, 주제 간 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이는 AI가 대신하지 못하는 역량이다. 예컨대 AI가 “정보 소외 계층의 도서관 접근성 개선 방안”이라는 논문을 색인할 때는 단순 키워드만 뽑지만, 전공자는 ‘정보윤리’, ‘디지털 격차’, ‘공공도서관 정책’이라는 복합 주제를 읽어낼 수 있다.
결국 AI가 정보의 껍데기를 다룬다면,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그 의미 구조를 파악하는 사람이다. 이 구조화 역량이 바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이여! AI와 경쟁하지 말고, AI를 다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AI가 위협될 것인가, 아니면 도구가 될 것인가?
예를 들어 많은 도서관에서 사용되는 자동 추천 시스템, AI 기반 서지 작성 툴, 메타데이터 추출기, 주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전공자는 이를 두려워하기보다, 정보 설계자이자 기술 사용자로서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내가 참여했던 한 디지털 아카이브 실습에서는, 챗GPT API를 활용해 자료 요약 자동화 시스템을 시도했다. 초안은 AI가 작성하지만, 최종 편집과 분류는 전공자가 직접 수행했다. 그 이유는 AI는 형식적인 문장은 만들 수 있어도, 어떤 주제어로 묶고, 어떤 색인어를 부여하며, 어떤 맥락에 위치시킬지는 전공자의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전공자는 ‘정보 큐레이터 + 기술 운영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를 도입한 조직에서 그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살아남기 위한 3가지 전략
1. 정보 조직 역량을 강화하라
AI가 색인을 해도, 그 색인이 유효해지려면 표준이 필요하다. 전공자는 여전히 MARC, KDC, DDC, Dublin Core 등 정보 구조의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역량은 AI 환경에서도 필수다.
2. 데이터 사이언스와 융합하라
문헌정보학 기반의 정보 설계 능력에 데이터 분석, 시각화, 파이썬, R 등 기술을 더하면 경쟁력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도서관, 교육, 공공기관, 기업 어디서든 문헌정보학 기반의 분석가는 귀하다.
3. 정보윤리와 신뢰성 관리 전문가가 되라
AI 시대에는 정보의 정확성, 윤리성, 편향성이 이슈다. 문헌정보학은 이와 관련된 정보 접근권, 프라이버시 보호, 메타정보 공개 기준 등을 다루며, 전공자가 정보 거버넌스를 설계할 수 있는 강점을 제공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AI가 정보 조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조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지금,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오히려 새로운 직무를 창출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사서, 아카이브 관리자를 넘어 ‘AI 데이터 큐레이터’, ‘정보 윤리 설계자’, ‘AI 교육 자료 관리자’, ‘데이터 분류 시나리오 기획자’ 같은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문헌정보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연어 처리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정제하고 태깅하는 작업은 정확한 분류 체계와 메타데이터 기반 설계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GPT가 ‘무엇을 배우게 될지’를 결정짓는 기준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바로 그 기준을 설계하고,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는 단순 기술보다 훨씬 높은 단계의 사고를 요구하며, 우리가 가진 정보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핵심 자산이 된다.
전통 사서직을 넘는 확장된 진로 지도를 설계하자!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사서 시험”만을 진로로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는 정보 분야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전공자다. 요즘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는 정보 설계자, 콘텐츠 큐레이터, 메타데이터 관리자, 오픈 데이터 기획자, 디지털 자산 분석가 등 정보 중심 직무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전반에 깊이 들어온 지금, 문헌정보학 전공자는 AI 기반 서비스 안에서 ‘정보의 방향’을 잡아주는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검색 결과를 구조화하고, 분류 체계를 기획하고, 데이터 윤리 기준을 제시하며, 사용자 중심의 정보 흐름을 구축하는 모든 일에 전공자의 전문성이 쓰일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도서관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정보 전문가, 바로 그 미래가 문헌정보학에 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문헌정보학!
문헌정보학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정보를 설계하고 해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정보학을 전공한 우리다.
우리는 정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연결되며’,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고민해 왔다. 이 사고력은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전문성이다. AI가 정보를 넘긴다. 그걸 의미로 만드는 사람은 문헌정보학 전공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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